마을기업[세마을의시간 시리즈1] 마을기업 (주)새벽수라상 이남율대표 인터뷰
꿈을 따라 걷다 이룬
‘아파트 마을기업 이야기’
한국행정논집에 실린 한 편의 논문 지역사회개발 전공 박사 과정을 마무리 한 후 “사회적 자본 및 공동체 의식이 주거만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란 주제로 한국정부학회의 한국행정논집에 논문을 실었습니다. 학자로서 이 주제가 연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결실이라 믿었기에 언젠가는 현장으로 가져가야겠다는 걸 늘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대구대학교 겸임교수 및 대구지역 아파트관리 위탁회사에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중 평소 이상적인 연구의 대상이라 인식되던 적정한 세대수, 노후 된 환경 등 지역사회개발의 직접적인 대상 같은 성서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소장 채용 공고문 보자마자 나의 연구를 완성할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원서를 냈습니다. 다행히 합격을 하고 지금까지 고민한 것들을 실현해 볼 수 있겠다는 기대와 함께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던 만큼 아파트의 내부 상황은 좋지 않았고 가자마자 대구시의 특별감사를 받게 되었으며. 25년의 세월만큼 환경은 낙후되었고 주민들 간의 불신 또한 높았고 관리 사무소는 일보다 종일 고성이 오가는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아파트 체질 개선을 위해서 다른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많은 아파트들이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담 밖의 세상을 보기 힘든 단절된 구조입니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때 더욱 고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개방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담장을 넘어서 인근 이곡2동 동사무소의 복지팀장과 상의하여 공동체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동사무소와 아파트가 연계하여 공동체 활성화 사업(동아줄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성서보성화성타운 또한 대구시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보(성)화(성)프로젝트 참여와 화합의 한마당”이라는 사업으로 응모하여 800만원의 예산을 수주하여 아파트 인근을 순찰하는 어르신 방범대, 집집마다 쓰지 않는 물건을 파는 알뜰장터를 운영했습니다. 매월 첫 토요일은 아파트를 벗어나 지역 대청소를 실시하고, 아파트의 빈 공간 곳곳에 꽃길을 가족들이 함께 조성하였으며, 태극기 보급 및 게양운동, 에너지 절약 캠페인, 탄소 포인트 가입운동, 그린 콘서트를 비롯하여 텃밭 가꾸기와 같은 친환경 운동을 실시하였으며, 가을에는 성서보성화성타운의 모든 입주민들이 참여하는 가을 축제 한마당을 개최하였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해나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하나가 되어 갔고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만큼 잊혀져있었던 신뢰와 참여 같은 소중한 자본들이 생겨나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며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아파트가 깨끗해지고 눈을 돌리는 곳 마다 꽃이 보이니 아파트 분위기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에너지 절약 및 환경운동들의 성과로 2019년 말에 친환경 우수아파트로 대구 시장상을 받았으며, 이곡 2동 행정복지센터도 역시 행정안전부에서 우수 사례로 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으며 수많은 축하할 일들이 생길 때마다 현수막을 걸어 입주민들과 함께 보람을 나누었습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안들의 하나로 낮 시간대에는 인근 보건소, 동사무소, 자활센터 직원들이 주차를 할 수 있게 주차장을 개방하고 봉사활동 또한 아파트 벽을 넘어 계속해서 아파트 주민들과 외부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의 결과 때문인지 아파트 주민들과 안팎으로 교류하기 전 들려오던 목소리에는 주로 불평과 불만이 담긴 목소리들은 차츰 사라지고 그 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주민들 간의 끈끈한 연결 고리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가 간직해 온 시간만큼 주민들 사이의 유대감도 쌓여 갔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변화의 큰 터닝 포인트는 2019년 5월 우리 스스로가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뜻을 모아 5명이 마을기업 설립 전 교육을 받은 것입니다. 2019년 10월에는 성서보성화성타운 주민과 직원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펀딩을 실시하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아파트 단지 내 마을기업(반찬으로 만든 고독사 없는 세상 - 주식회사 새벽수라상)을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점점 커져만 가는 고독사 문제아파트는 옆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가족이나 이웃도 모르게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돌아가신 분들은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이웃의 신고로 발견되곤 합니다. 성서보성화성타운에도 자녀들이 결혼이나 직장 때문에 집을 떠나게 되면서 집안에 어르신들만 남은 곳이 많습니다. 서로를 너무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반찬 나눔 사업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반찬을 홀로 사는 사람들에게 갖다 드리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여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꾸렸습니다.
대다수의 1인 가구는 반찬 만들기가 어려워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반찬 배달을 신청한 곳은 대부분은 1인 가구입니다. 당사자가 신청하기보단 자녀들이 잠시 부모님 댁에 들렀다가 전단지를 보고 신청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새벽수라상
‘새벽수라상’은 매주 월·목요일 새벽 2시~5시 3시간 동안 반찬을 만듭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은 총 6명이고 현재 약 50여 세대에 반찬 배달을 해 드립니다. 직원 모두가 같은 아파트 주민입니다. 새벽 두 시가 되면 저도 주민들과 함께 반찬을 만듭니다. 새벽수라상을 시작하기 이전에 주변 반찬가게를 다니며 시장 조사를 다녔습니다. 맛을 보니 입맛이 돌았지만 어른들이 드시기엔 자극적인 맛이었습니다. 특히 조미료를 쓰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 주민들이 직접 먹을 반찬이라고 생각하니 조미료 쓰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천연조미료를 만들어서 식구들에게 먹이듯이 새벽수라상에서도 모든 걸 집밥처럼 만들었습니다. 반찬을 사 드신 주민들은 맛이 좀 더 강하면 좋겠다며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나중엔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예전 집에서 해 먹던 그 맛이 난다면서 좋아해 주는 고객들도 이제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아파트에서도 반찬배달을 요청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반찬을 더 만들어서 돈을 더 벌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새벽수라상을 하기 전에 아파트 주변을 알아보니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곳만 8곳이 있었고 식당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우리는 몇 시간만 일을 하지만 그들에겐 생계가 달린 일이었습니다. 지역의 기존 시장과 경쟁하지 않는 것도 상생하는 중요한 지점이라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주 2일 새벽시간에 반찬을 만들어 반경 1.2킬로미터 내외의 아파트에만 반찬 배달을 하고 있으며 기존 반찬업체들과 경쟁보다는 새벽시장이라는 다른 수요의 개척을 통해 공존과 상생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발생한 수익에서 월급을 주고 남은 금액은 고독사 연구 및 지역사회 환원으로 사용합니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새벽수라상의 운영에 지장이 있었습니다.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대구를 위해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면 사회적 가치라도 실현 시키고자 합심하였습니다. 몇 달 동안 의료인과 반찬이 필요한 시민들을 위한 반찬 나눔 봉사를 비롯한 다양한 봉사 활동을 실천하면서 경제적인 성취로 인해 느끼는 것 이상의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한 길고독사 예방 시스템은 다양하겠지만 제가 겸임교수로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는 그중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지역사회 변화를 지향합니다. 하나는 정책과 행정을 통한 지역사회 변화시키는 방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평생 교육을 통해 지역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같은 방법이 고독사 문제에도 적용됩니다.
정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무엇보다 객관적 자료가 중요합니다. 아파트에는 각 가정마다 사용하는 전기, 물의 양과 같은 정보부터 개인들의 신상 금융정보와 같은 다양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산정보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1인 가구의 물, 전기 사용량의 평균치를 구하고 평균치 이하의 위험수준이 3개월 지속될 경우,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매뉴얼 개발 및 이러한 정보들을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복지적 목적에 한하여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갖추기를 제안하는 것을 2021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새벽수라상은 반찬배달이 마지막 과정입니다. 앞으로는 ‘고독사 예방 교육 과정’을 열어 단순히 반찬 배달을 통해 생존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그분들의 내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심리 상담과 지역 내 여러 기관들과 연계하여 정상화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일종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사회복지사 과정처럼 고독사 예방 교육을 확대함으로 고독사 예방과 더불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2021년 또 다른 목표이기도 합니다.
2020년 3월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법에 고독사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6대 광역시 조례 중 대구시 조례로 먼저 재정된 고독사 정의와 단어하나 다르지 않고 같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구시가 고독사에 대한 연구 및 제도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 저는 믿고 있으며. 이제 2021년 4월에는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될 것입니다. 그때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의 마을기업인 우리 새벽수라상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함께 해야 합니다. 대구대학교 내 특성화 연구소인 고령사회연구소와 함께 연구 영역을 연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협력이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로 고독사 예방 교육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여행에서 만난 복지제 인생의 모토는 ‘목적있는 삶’입니다. 어느 직장이든 3년 이상의 계약을 하지 않았으며, 가장 오래 근속한 직장이 채 6년이 되지 않았습니다.(다만, 방학이 있는 교직은 13년간 강사 또는 겸임교수로 쉼 없이 재직하였습니다). 한 달에서 길게는 약 2개월까지 세계 여러 곳을 누볐습니다. 세계 8대 불가사의, 성지 순례, 박물관 등 테마를 잡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는 꼭 현지인들처럼 지내려고 합니다. 편안한 숙소에서 머무르고 값비싼 음식을 먹기보다 현지 사람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옵니다. 여행을 한 번 다녀오면 체중이 7~8kg은 빠지는 고행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주위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지만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웁니다.
인도 식당을 가보면 종업원 인원수나 손님 인원수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주문 받는 사람, 서빙하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 등 역할을 나누어 다 같이 일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계를 들여 주문을 대신 받곤 합니다. 각자 가져가는 돈은 적을 수 있겠지만 모두가 함께 일해 돈을 벌 수 있는 인도 가게의 모습을 보며이것이 사회복지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인 부유함과 행복감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유럽의 자살율이 높다거나 가난한 서남아시아 사람들의 삶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은 물질적 복지 못지않게 정신적 복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난하지만 오히려 삶의 만족감이 높은 나라를 여행하며 진정한 복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특히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 성지 순례를 하면서 채움을 통해 느껴지는 만족감보다 나눔을 통해 즉,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채운 분이 아닌 자신을 비우고 가진 것을 버림으로써 삶을 완성하신것을 깨달으며 어떻게 비우는 삶을 행할 것인가에 대한 자성을 하게 되었습니다.새벽수라상도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내놓는 비움의 과정입니다. 새벽 2시면 시작되는 주민들의 자발적 나눔과 비움 덕분에 우리 아파트가 좀 더 행복한 마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