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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카페에 가다 01] 지친 몸과 마음을 토닥토닥, 토닥토닥협동조합 만촌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0.31 조회수 2,481

[대구 사회적경제 카페기업 소개] '카페에 가다' -01


2015년 가을, 대구에 있는 일곱 곳의 색다른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사회적경제 카페입니다. 일곱 카페는 여느 카페와 다릅니다. 카페 속의 사람을 새롭게 바라보는 카페가 있는가 하면, 카페를 새로운 공간으로 디자인해서 고 객이나 지역사회를 새로운 공동체로 엮어내는 카페도 있습니다.

 

카페 토닥토닥 만촌점은 커피와 디저트를 내어놓는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고객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착한가격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합니다. 경북대학교 서문에 위치한 커뮤니티카페 콩밭은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로, 새로운 지역사회커뮤니티를 위한 만남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문화창조놀이터 ETC는 여러 분야의 문화콘텐츠생산자들이 모여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 등을 담은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문화생산자와 소비자가 쉽게 만나 소통하고, 문화예술을 일상과 가깝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위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위드카페는 주중에는 생산적인 공간으로써 세미나와 포럼을 열 수 있는 장소로, 주말에는 다양한 사회·문화활동과 의료봉사활동 을 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힐링 떡 공방 콩지팥지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모여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떡과 커피를 매개체로 구성원 간의 건강한 소통을 도모하고, 고객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내어놓습니다.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소셜카페 빅핸즈는 에이즈의 인식개선에 앞장서고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 께하는 일터입니다. 카페봉봉은 커피와 먹거리에 사회적 가치를 담아냅니다. ‘이익을 거두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음식을 내어놓는다’는 신념으로 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이 일곱 곳의 사회적경제 카페는 음료를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역민과 소수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넵니다. 휴식과 만남 너머, 공간 속의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노력을 하는 곳입니다. 저희가 담아낸 사회적경제 카페의 일곱 가지 이야기는 그들이 품은 꿈과 이루고자 하는 행복한 사회를 향한 여행담입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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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과 마음을 토닥토닥, 토닥토닥협동조합 만촌점

Intro.

언덕을 오르기 전까진 이 근사한 집이 카페일 줄은 몰랐다. 새 하얀 벽과 검은 창이 잘 어울려 전체적으로 모던modern한 느낌 이 들었다. 허리춤에 오는 철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안으로 들어 서니 잔디가 있는 마당이 펼쳐졌다. 빨간 파라솔 아래 테이블과 의자가 마당 한편에 놓여 있었다. 철문에서 카페로 이어지는 길 에 총총히 깔려있는 돌을 밟으며 입구에 도착했다. 'OPEN'이라 고 적힌 철제 안내판이 보였고, 문을 열자 달려있던 종이 '차르릉'하고 울렸다. 

 

따뜻함이 한가득한 공간

밖에서 떠올렸던 모습만큼 내부도 근사했다. 은은한 조명과 소박한 소품이 하얀 벽에 잘 어울렸다. 벽돌이 간간이 드러나서 단조롭지 않았고, 나무 골조가 보이는 천장이 위로 트여있어서 시원해보였다.

나에게 꼭 맞는 자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둘러보았다. 대여섯 명이 넉넉 히 앉을 수 있는 자리,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 좋은 자리, 혼자 와서 작업하기 좋아 보이는 자리, 그리고 큰 유리창 너머로 마당이 보이는 바bar형태의 자리가 있었다. 창문 곁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냉큼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가방을 잠시 의자에 놓아두 고 주문을 하러 카운터에 갔다.

‘뭘 먹을까?’하고 두리번거리다 고운 색감의 도지마롤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있으니 매니저가 여기서 직접 도지마롤을 만들기 때문에 맛이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 옆에 추천메뉴로 ‘수제 바닐라시럽이 들어간 바닐라라떼’가 적힌 팻말이 보였다. 수제 라기에 맛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바닐라라떼와 녹차 도지마롤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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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받는 심리상담

카페까지 오느라 목이 말랐던 나는 두리번거리며 물을 찾았다. 컵에 물을 따르다가 선반 앞 벽에 붙여진 포스터를 봤다.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하다. 당신의 마음밭을 돌보는 토닥토닥 협동조합’. 자세히 읽어보니 이곳에서 하는 프로그램인 듯했다. 아 아, 그래서 카페 이름이 ‘토닥토닥’이었구나. ‘토닥토닥’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는 위로, 힐링이라는 단어보다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상담카페라고 하니 궁금해서 매니저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여기, 상담카페예요? 여기서 상담도 해요?

네. 맞아요. 상담사와 약속을 잡으면, 저 카운터 옆방에서 상담 이 진행돼요.

(선반 쪽을 가리키며) 포스터에 적힌 글 중에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하다'는 말이 와 닿아서요.

아, 그렇죠. 저희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상담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적 차원의 상담도 해요.

정말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거네요.

맞아요. 카페에서 이뤄지는 상담 중에서 40%는 진단적 문제가 없어요. 대부분 자기 성장과 통찰에 관한 상담이 이뤄져요.

집단 상담도 적혀있던데, 그건 어떤 걸 하는 건가요?

말 그대로 여럿이 모여서 상담하는 거예요. 현재 진행 중인 집단 상담은 ‘푸드에 감정을 담다’를 주제로 한 푸드치료,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사진치료, 졸업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하는 ‘흔들리며 피는 꽃’을 진행하고 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을 목표로 하죠.

상담사들은 심리학을 전공하신 분들인가요? 어떻게 상담카페를 열게 되셨어요? 

저희 카페의 상담사들 모두 심리학분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전문가에요. 저희는 상담을 ‘무시무시하게’ 생각하는 편견을 없애고 편안한 공간에서 이뤄졌으면 했어요. 언제든지 들릴 수있는 친정집이나 대피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저희 카페는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하다' 는 주제를 내걸고, 상담에 대한 장벽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쁜 카페라고만 생각했지 다른 특별한 기능이 있는 카페인 줄은 몰랐어요.

저흰 상담을 받는데 음료를 내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둘 다 전문성을 겸하는 공간을 지향해요. 음료나 디저트를 드셔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주 맛있어요. 카페의 영역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서 전문 바리스타와 파티쉐가 있어요.

제가 상담을 받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돼요?

저에게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제가 상담사와 연결해 드릴게요.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담카페에 대한 궁금했던 것들이 많이 풀렸다.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하다' 는 포스터의 문구처 럼 내게도 자기 성장과 통찰을 위한 상담이 필요했다. 요즘 많 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여러 일을 처리해내느라 지쳤다. 분명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데, 점점 몸과 마음이 힘들어졌다. 일이 끝난 밤에 혼자서 여러 고민을 정리하지 못하고 잠이 든 적이 많았는데, 상담을 받으면 그게 정돈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상담비는 시간당 삼만오천원이었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칠만원이 넘는 상담비보다 저렴했다. ‘나가는 길에 연락처를 주고 가야지’하고 마음먹었다. 바닐라라떼에 시럽을 듬뿍 붓고 한 모금 홀짝였다. 몸에 따뜻한 온기를 채우고, 도지마롤을 포크로 푹 떠 올려 한 입 가득 넣었다. 매니저의 말이 맞았다. 완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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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나를 마주하는 시간

상담 시간보다 조금 일찍, 카페 토닥토닥 반월당점에 도착했다. 카페 토닥토닥은 세 곳으로 나눠져 있는데, 1호점은 반월당에, 2호점은 영남대에, 3호점은 만촌동에 있다. 이번 반월당 1호점은 저번에 들렸던 3호점처럼 마당과 테라스가 있는 카페는 아니지만 편안함을 느끼기엔 충분한 장소였다. 입구에서 보이는 벽과 테이블 곳곳에 예쁜 소품들이 놓여있었고, 이런 카페의 풍경을 담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사진 밑에 흰 여백엔 상담후기가 있었고 다들 상담 속에서 자신을 찾고 자신과 소통했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담이어서 긴장이 되었지만 매니저가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만촌동 3호점에 서는 보지 못한 ‘호박라떼’를 마셨는데, 호박 맛이 부드럽게 입안 가득차서 맛있었다. 이윽고 상담시간이 되자 상담사를 따라 카페 내 작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상담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요즘 내게 있던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선생님은 내 말을 잘 들어주었고,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이 구체화 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내가 이미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말로 내뱉는 것뿐이었다.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스스로 눈치 채지 못했던 마음의 짐을 알게 되었다. 자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도 힘이 드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는지 반성했다.

상담은 내 안의 더 깊은 구석까지 들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에 대해 털어놨던 것, 깨달았던 것도 다 나 자신이 한 일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지도 나에게 달려있었다. 상담시간 동안에 나 자신과 가장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나에게 고마운 시간이었다. 내가 필연적으 로 카페 토닥토닥에서 편안함을 느낀 이유가 있었다. 카페 토닥토닥은 단지 분위기만 좋은 카페가 아니었다. 누구나 와서 토닥임을 받고 갈 수 있는 위로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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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토닥토닥협동조합 카페 토닥토닥 만촌점 대구 수성구 화랑로 34길 93

ㅁ053-945-1402
www.대구심리상담.한국
ㅁ월요일 ~ 토요일 11시 ~ 22시
              일요일 12시 ~ 22시
ㅁ예방적 차원의 심리상담, 지속적인 성장과 케어시스템을 제공, 
심리상담 예약 시 음료 무료. 수제 베이 커리 및 직접 볶은 원두 판매 


원문 / 대구 사회적경제 카페기업 소개 책자 발췌 원문보기